현대차그룹, 브라질 숲과 상하이 골목에서 묻다: 뿌리 깊은 기업이란 무엇인가

2026년 7월 23일, 현대차그룹의 브라질 사회공헌과 중국 UX 연구소 설립 소식을 통해 기업이 땅에 뿌리내린다는 것의 의미를 되짚는다. 노자 도덕경의 '선건자불발(善建者不拔)'을 통해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진정한 지속 가

브라질 숲에서 상하이 연구실까지, 한 자동차 회사의 낯선 발자국

오늘 아침 뉴스는 공통적으로 한 기업의 이름을 반복하고 있었다. 현대차그룹이 브라질 피라시카바에서 '아이오닉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산림 복원 프로젝트를 펼치고, 중국 상하이에는 현지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UX 연구 거점을 열었다는 소식이다. 차량 음성 AI '글레오 AI'를 개발하는 포티투닷은 70여 명의 인재를 모으고 있다.

언뜻 보면 한 글로벌 기업의 성장 전략에 관한 소식이다. 그런데 이 소식들 사이에서 내게는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기업이 어디까지 지역의 숲을 심고, 사람들의 말투를 배워야 하는 것일까. 이 질문은 결국 '어디에 뿌리내릴 것인가' 하는 오래된 사유와 맞닿아 있다.

브라질 의사와 상하이의 UI, 그 이면에 깃든 '오래 머묾'의 마음

현대차그룹은 브라질 상파울루주의 피라시카바에 2012년 생산 기지를 지은 이래, 그곳에 차 공장만 두지 않았다. 현지 의료진이 참여하는 '소리소 시다다우'라는 보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한국 영화 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상하이에 문을 연 사용자 경험(UX) 연구소는 중국 운전자들의 주차 습관이나 음성 명령 패턴까지 분석하여 차량 소프트웨어에 반영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낯선 곳에서 '우리 것'만 고집하지 않고 그 지역의 시간과 몸에 배도록 천천히 스며드는 태도로 읽힌다. 흔히 글로벌 기업은 자본의 논리로 지역을 잠식한다고 비판받지만, 반대로 스스로 그 땅에 기꺼이 적응하며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모습도 있다. 마치 오래된 나무가 자신을 둘러싼 흙의 성질을 바꾸기보다는, 흙 속으로 자신의 뿌리를 더 깊고 넓게 뻗어나가며 존재를 유지하는 것처럼 말이다.

필자의 생각에, 오늘날 많은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이름 아래 자신들의 프로세스를 이식하려고만 한다. 하지만 진정한 글로벌이란 하나의 표준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제각기 다른 토양에 뿌리를 내려 그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여기에 머물려는 자만이 결국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깊이 심은 나무는 뽑히지 않는다

善建者不拔 — 「道德經 54장」
선건자불발

"잘 세운 것은 뽑히지 않는다."

무엇을 얼마나 단단히 심고 있는가

노자는 이 구절에서 '건(建)'과 '발(拔)'이라는 두 동작을 대비시킨다. '건'은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무언가를 땅에 깊이 박아 흔들리지 않게 하는 일이다. '발'은 그렇게 박힌 것을 뿌리째 뽑아내는 힘이다. 노자는 진정으로 잘 박힌 것은 아무리 강한 외부의 힘도 뽑을 수 없다고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잘 세운다(善建)'는 것은 겉으로 화려하게 짓는 일이 아니다. 가령 브라질의 '아이오닉 포레스트'가 단지 몇 그루의 나무를 심는 상징적인 행사였다면, 그것은 손쉽게 '뽑히는' 이미지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 10년 넘게 지역 주민과 관계를 맺고, 아이들을 위한 교육을 지원하며, 의료 서비스까지 함께 고민하는 일은 외형이 아니라 사회라는 토양 속에 뿌리를 내리는 행위다.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이 구절을 가르칠 때면, 나는 자주 운동화 끈을 예로 든다. 금방 풀리는 끈은 아무리 예쁘게 묶어도 소용이 없다. 매듭의 본질은 단단함에 있다. 마찬가지로, 상하이에서 차량 UI의 색상이나 글자 크기를 바꾸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서적 결까지 이해하겠다는 접근은 '매듭을 단단히 조이는' 일에 가깝다. 이렇게 사회적 관계 속에 깊이 뿌리내린 기업은 단순한 환율 변동이나 무역 갈등 같은 외풍에 쉽게 뽑혀 나가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가 '지속 가능성'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노자의 이 여덟 글자는 그 허망한 구호를 꿰뚫는다. 지속 가능함이란 ESG 보고서의 두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뿌리가 지역의 삶 속에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차그룹의 오늘 행보는 어쩌면 이 오래된 진리를 현대 경영의 언어로 옮긴 사례가 아닐까.

잠시 멈추고 나의 뿌리를 내려다볼 시간

우리가 속한 각자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신의 일터, 가게, 혹은 개인의 삶은 과연 어디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가. 오늘 하루, 겉으로 보이는 성과라는 가지를 흔드는 데 급급하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나를 단단히 붙들어줄 땅속 뿌리를 한 번쯤 들여다보는 건 어떨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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