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와 LG화학이 작은 스타트업과 손잡는 이유 ―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S.Stage에서 만난 ‘마음의 공학’

2026년 8월 3일,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S.Stage 행사에 토스뱅크 등이 참가하는 소식을, 주역의 ‘이인동심’(二人同心)으로 해석한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연결에서 ‘마음의 공학’이라는 인문학적 통찰을 길어 올린다.

낯선 조합이 당연해진 풍경

2026년 8월 3일 오늘,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2026 2nd S.Stage’ 참가 기업을 모집한다는 소식이 신문 지면을 채웠다. 토스뱅크, 한국평가데이터, 현대홈쇼핑, DB손해보험, LG화학까지. 언뜻 보면 전혀 다른 물줄기에서 놀던 대·중견기업들이 한자리에 모여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선언한다. 특히 토스뱅크는 지난해 사업자 신용평가 단일 분야에 머물렀던 협업을 올해 다섯 개 분야로 대폭 넓혔다고 하니, 이제 이런 ‘오픈이노베이션’이 특별한 실험이 아니라 금융·유통·소재 업계의 일상적 리듬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데 이 풍경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상어 같은 대기업이 작은 물고기 같은 스타트업에게 손을 내미는 모습을 우리는 왜 ‘생태계’라는 말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정글의 법칙만 배워온 우리에게 협력은 언제나 승자(勝者)의 여유로운 포즈쯤으로 해석되곤 했다. 하지만 오늘 뉴스를 방금 읽은 직후의 느낌은 달랐다. 그들의 손짓에는 생존을 위한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오히려 크기에 상관없이 부족한 것을 채우려는 마음, 그것이 오늘의 S.Stage를 설명하는 진짜 단어가 아닐까.

서로의 결핍을 연결하는 화(和)의 감각

현대 경영학은 이 현상을 ‘오픈이노베이션’ 또는 ‘상생’이라 부른다. 하지만 동양 인문학의 눈으로 이 장면을 바라보면, 우리는 이보다 더 오래되고 근원적인 인간의 기술을 떠올리게 된다. 바로 ‘연결’과 ‘조화’에 관한 사유다. 유가(儒家)에서는 세상의 모든 질서를 ‘화(和)’라는 개념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여기서 말하는 화는 그저 사이좋게 지내라는 충고가 아니다. 서로 다른 재료를 섞어 비린내를 없애고 깊은 국물 맛을 내는 일처럼, 이질적인 개체들이 제각각의 성질을 유지한 채 완전히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과정을 뜻한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S.Stage는 그래서 눈여겨볼 만한 화(和)의 실험실이다. 대기업은 자본과 인프라, 시장에 대한 방대한 데이터를 가졌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 무게 때문에 더 이상 가볍게 도약하지 못한다. 관성에 젖은 조직 문화와 리스크에 둔감해진 의사 결정 체계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다. 반면 스타트업은 날렵한 아이디어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을 가졌지만, 자본과 신뢰라는 날개가 없다. 그런데 토스뱅크가 은행권에서는 유일하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협업 분야를 다섯 개로까지 늘린 것은 단순히 ‘착한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가 아닐 것이다. 안정적인 궤도에서 반복되는 일상에 답답함을 느낀 금융사가 예측 불가능한 스타트업의 ‘찌릿한 결핍’을 빌려 자신의 경직된 근육을 풀려는 시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공생’과 동양적 사유의 ‘화(和)’ 사이에는 미묘한 온도 차가 있다는 점이다. 공생이 생물학적 필요에 의한 거래라면, 화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데서 발생하는 즐거움과 품격을 포함한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에서 소인(小人)은 동하지 않고(同而不和), 군자는 화하되 동하지 않는다(和而不同)고 말했지만, 오늘 우리의 논의에서는 잠시 이 구절의 원형을 내려놓고 더 깊은 곳을 이야기해보자. 동양철학에서 말하는 진짜 연결이란, 비슷한 점을 억지로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차이를 드러내면서도 하나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동력이다. 금융 문법을 쓰는 토스뱅크와 기술 문법을 쓰는 작은 핀테크 회사의 만남이 그렇다. 이 두 주체가 만나 만드는 ‘둘만의 언어’가 곧 생태계의 새로운 질서를 만든다. 어쩌면 이 시대 대기업이 스타트업에게 배워야 할 단 한 가지는 최신 코딩 기술이 아니라, 바로 이 ‘달라도 너무 다른 존재와 어떻게 대화하는가’라는 오래된 지혜일지도 모르겠다.

쇠붙이를 자르는 부드러움에 대하여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 「周易·繫辭上」

이인이 동심이면 기리단금하고, 동심지언이면 기취여란이라.

둘이 마음을 같이하면 그 날카로움이 쇠도 끊고, 마음을 같이한 말에서는 난초 같은 향기가 난다.

회의실에서 피어난 난초 향기

『주역(周易)』 「계사상전(繫辭上傳)」에 실린 이 문장은 본래 세상 이치(卦象)의 변화를 설명하며 군자가 벗을 얻었을 때의 감응(感應)을 노래한 대목이다. 여기서 동심(同心)이라는 말을 자칫 ‘뜻이 완전히 같은 사람’으로 오해하면 안 된다. 주역에서 말하는 동심은 천지만물의 변화를 읽어내는 미세한 ‘기(氣)’의 움직임에 함께 반응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굳이 현대어로 풀자면, 상대가 움찔하는 순간 나도 같은 파장으로 떨리는 공명 현상이다. 그래서 쇠(金)를 자른다는 것은 억지로 자르는 물리적 힘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단단하고 차가운 금속을, 가장 부드러운 마음의 일치가 단번에 끊어버린다는 역설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대목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회의실로 옮겨와 보자. 스타트업 대표가 피칭 무대에서 금리 정책에 대한 기존 관행을 과감히 깨는 리스크 모델을 설명한다고 상상해보라. 이때 토스뱅크의 임원이 팔짱을 풀고 앞으로 몸을 기울인다. “엔지니어링 관점에선 혁신적이군요. 그런데 현실 변호사 입장에선 법규 리스크가 보여요.” 이 한마디에 스타트업 대표가 웃으며 답한다. “우리가 준비한 규제 샌드박스 회피 기술을 같이 볼까요?” 바로 이 순간이 쇠를 끊는 힘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단순히 “좋은 생각입니다” “검토하겠습니다”라는 형식적 화합이 아니라, 서로 다른 전문성이 충돌하는 불편함을 견디면서도 혁신이라는 공통된 목표 하나로 모이는 마음의 공학이 작동하는 것이다. 여기에선 지식 정보가 아니라, 그 정보를 솔직히 내려놓고 상대의 비판을 내 안에 받아들일 수 있는 ‘신뢰의 감각’이 더 중요하다. 이 미세한 정서적 교감이 바로 계사전에서 말하는 난초(蘭)의 향기다.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한번 피어오르면 방 안의 공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내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종종 하는 비유가 있다. 팀 프로젝트를 할 때 가장 빠르게 성과를 내는 조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조가 아니라, 서로의 무지와 실수를 자연스럽게 공유하고 조용히 받아주는 조라는 것이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협업도 다르지 않다. S.Stage의 본질은 단순히 자본을 대고 아이디어를 사는 거래의 장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너는 알고, 내가 못하는 것을 너는 한다’는 이인동심(二人同心)의 마음을 훈련하는 도장(道場)이다. 토스뱅크의 협업 분야가 다섯 개로 늘어난 것은 기술 혁신 이전에, 이 도장에서 더 많은 쇠를 자르는 향기를 맡았기 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만약 마음을 같이하지 못한 채 기술 서류와 자본만 오간다면, 아무리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도 결코 시장의 고착화된 문제(쇠)를 끊을 수 없을 테다.

동심이 불안을 이길 용기

최근 세상의 속도가 무서워질수록 우리는 ‘혼자 완벽해지려는 강박’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주역의 오래된 지혜는 말한다. 쇠와 같은 문제는 혼자서는 자를 수 없다고.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의 S.Stage를 주목해야 하는 진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밀한 경쟁의 도구가 아니라, 함께 마음을 기울여 시장의 단단함을 부드럽게 녹일 줄 아는 ‘인문학적 기술’이다. 오늘 당신의 책상 앞에 놓인, 잘릴 듯 잘리지 않는 쇠붙이 같은 문제들을 떠올려 보길 바란다. 그 곁에, 향기를 나눌 누군가가 있느냐고 스스로에게 조용히 물어보면 좋겠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