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플레이크 신임 한국 지사장, 노자가 말하는 낮은 물의 리더십

아침 뉴스에 내린 눈송이 한 조각
2026년 8월 18일, AI 데이터 클라우드 기업 스노우플레이크가 이용석 신임 한국 지사장을 선임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구글클라우드와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20년 이상 기업·공공 사업을 맡아온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전문가다. 2020년부터 약 6년간 구글클라우드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제 스노우플레이크의 국내 사업 전반과 영업, 파트너십을 총괄한다. 제조·금융·유통 분야 고객 확대에 나선다고 한다.
흔한 외국계 기업의 인사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런데 스노우플레이크라는 이름을 곱씹다 보니, 이 뉴스가 조금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눈송이 하나는 약하지만 쌓이면 풍경이 된다
스노우플레이크는 말 그대로 눈송이다. 눈송이 하나는 손바닥 위에서 금방 사라질 만큼 작고 약하다. 하지만 그 작은 조각들이 모이면 길을 덮고, 지붕을 덮고, 도시의 풍경을 바꾼다. 데이터도 비슷하다. 개별 데이터 한 조각은 별의미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조각이 모여 패턴이 되고 예측이 되고 AI의 판단이 된다. 스노우플레이크 같은 데이터 클라우드는 그 눈송이들을 한곳에 모으는 그릇이다.
그릇은 데이터를 직접 만드는 대신, 데이터가 흘러들어올 수 있는 낮은 자리를 만든다. 여기서 나는 인사 기사에서 유독 '파트너십'이라는 말에 눈이 갔다. 결국 데이터를 모으는 일은 플랫폼 혼자 잘나서 되는 게 아니라, 여러 고객과 협력사가 자기 데이터를 믿고 흘려보낼 수 있게 하는 신뢰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강해가 온갖 골짜기의 왕이 되는 까닭
이 지점에서 노자의 말이 떠오른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以其善下之,故能爲百谷王 — 「道德經 66장」
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강과 바다가 온갖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잘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노자는 뛰어난 리더나 큰 조직을 말할 때 높이 솟는 것보다 낮게 머무는 것을 강조했다. 여기서 下(하)는 비굴함이 아니라, 자기 쪽에서 문을 열고 상대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바다가 높은 곳에 있으면 물이 흘러들지 않는다.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에 온갖 골짜기의 물이 스스로 찾아온다. 百谷(백곡)은 수많은 골짜기, 곧 다양한 흐름이다. 제조·금융·유통의 데이터는 각각 성질이 다르고, 공공과 민간의 요구도 다르다. 그 모든 흐름을 받아들이려면 '나는 이미 완성된 높은 곳'이라는 태도보다 '이쪽으로 흘러와도 괜찮다'는 낮은 자리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람을 모으는 기술, 데이터를 모으는 태도
강의실에서 학생들에게 '데이터를 다루는 회사가 왜 사람 이야기를 먼저 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때 내 답은 지금도 같다. 기술은 결국 사람이 어떤 태도로 만나느냐에 따라 다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스노우플레이크의 새 지사장이 어떤 리더십을 펼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다만 20년 넘게 쌓아온 경력의 무게를 자신이 높아지는 일이 아니라, 고객과 파트너가 낮은 문턱으로 느끼도록 하는 일에 쓴다면 그가 맡은 한국 사업도 강해처럼 여러 흐름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노자의 표현을 빌리면, 낮은 곳에 머무는 사람은 밀어내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의 신뢰를 얻는다. 데이터 클라우드 시대의 리더십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눈송이는 낮은 땅 위에 쌓인다
오늘 아침 스노우플레이크라는 이름을 보며,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눈송이 자체의 반짝임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땅의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사람도 데이터도, 낮고 열린 곳으로 흘러와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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