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보다 앞서려는 마음,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을까

거인의 어깨에서, 거인의 그림자로
오늘 아침 뉴스는 유난히 '구글보다'라는 말로 들썩였다. LG의 AI 엑사원이 표 읽기 평가에서 구글의 최신 모델을 점수로 앞섰고, 시계열 예측에서는 알리바바까지 뛰어넘었다는 소식이다. 구글의 상징 같은 인물이던 제프 딘과 데미스 하사비스가 나란히 회사를 떠난다는 보도도 겹쳐, 마치 한 시대의 막이 내리는 듯한 분위기다. 클라우드 매출이 82%나 성장한 바로 그 순간에도 핵심 인재가 떠나는 풍경은 승리와 불안이 교차하는 묘한 장면이다.
학생들과 이런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교수님, 저 사람들은 이미 정상에 있는데 왜 떠나는 걸까요?" 참으로 곱씹을 만한 질문이다. 최고의 자리에서조차 무언가에 이끌려 더 멀리 가려는 마음, 혹은 무언가로부터 벗어나려는 마음. '구글보다'라는 세 글자에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우리가 도대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숨어 있는 건 아닐까.
이김의 끝에 서면 보이는 것들
AI 연구자들이 구글로, 오픈AI로, 또 다른 스타트업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흡사 전국시대의 책사들이 자신의 뜻을 펼칠 군주를 찾아 천하를 유세하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실리콘밸리에서는 누가 더 나은 모델을 만드느냐, 누가 더 높은 벤치마크 점수를 기록하느냐를 두고 밤낮없는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ELO 점수 1760 대 1749의 차이가 마치 전쟁의 승패라도 되는 듯이.
하지만 노자는 이런 경쟁을 보며 아마도 빙그레 웃었을 것이다. 그에게 '더 낫다'는 것은 대개 위태로움의 다른 이름이었다. 남보다 앞서려는 마음에는 언제나 따라잡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붙어 있다. 구글을 정점으로 모든 것이 흘러가던 시대에는 구글이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구글보다' 나은 무언가가 매일 아침 발표되는 세상에서는 모든 성취가 다음 발표 전까지의 찰나에 불과해진다.
제프 딘 같은 전설적인 인물이 회사를 떠나는 모습에서 내가 주목하는 것은 '기술의 부재'가 아니라 '기술로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전문성을 하나둘 따라잡고, 급기야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보다 철학의 경쟁률이 오른다는 역설적인 풍경. 구글 딥마인드가 철학자를 채용하고, 앤스로픽이 윤리학자와 함께 길을 찾는 이 장면들은 한 시대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의 '이유'를 묻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자신을 아는 것, 세상을 이기는 것
知人者智, 自知者明 — 「道德經 33장」
지인자지, 자신자명
"남을 아는 것은 지혜로운 것이지만, 나를 아는 것은 더욱 밝은 것이다."
이 구절은 노자가 세상의 온갖 능력과 성취를 찬찬히 뜯어본 끝에 내린 짧고도 단단한 통찰이다. 앞 문장에서는 "남을 이기는 자는 힘이 있지만(勝人者有力)"이라고 했지만, 그는 굳이 이기는 것보다 아는 것이 더 근원적인 문제임을 짚는다. 특히 남을 아는 것보다 나를 아는 것이 '명(明)', 즉 밝고 환한 상태라고 말한 점이 중요하다. 남의 기술, 남의 성공, 남의 비전을 분석하고 따라잡는 것은 분명 하나의 재능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두운 골목을 헤매듯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헤드라인 뒤에 숨은 진짜 질문
노자가 말한 '자신(自知)'은 단순히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자신감'과는 결이 다르다. 이때 '자(自)'는 제3자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를 걷어내고 오롯이 마주하는 내면의 중심이다. '명(明)'은 햇볕이 방 안을 환하게 비추듯, 내가 지금 왜 이 길을 가고 있는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진짜 원하는 것이 경쟁 자체인지 아니면 그 너머에 있는 어떤 가치인지 분명하게 들여다보는 상태를 가리킨다.
오늘의 뉴스를 다시 이 구절에 비추어 읽으면 재미있는 풍경이 펼쳐진다. '구글보다' 더 높은 점수를 기록한 엑사원이 진정 놀라운 이유는, 그것이 해외 테크 기업의 기술을 단순히 추격한 결과가 아니라 LG가 스스로 쌓아온 데이터와 연구 철학에서 출발한 '자신명'의 산물일 가능성 때문이다. 반대로 구글 내에서도 제프 딘은 어쩌면 자신의 기술적 능력(지인지智)을 더 크게 펼칠 곳을 찾아 떠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진짜 하려는 일이 무엇인지(자신명) 직시했기 때문에 가장 높은 자리를 기꺼이 내려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강단에서 학생들과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해 토론할 때면, 나는 종종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러분이 어떤 AI 엔지니어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기 전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먼저 물었으면 좋겠다." AI가 철학과를 더 빛나게 만드는 이 시대에, 기술을 다루는 사람에게 절실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기술의 중심을 잡아줄 '나'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인식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마음은 우리를 열심히 달리게 하지만, 자신을 아는 마음은 우리가 달리는 방향이 맞는지 늘 물으며 가게 한다.
묻는 자는 길을 잃지 않는다
승자가 되려는 노력은 짧은 숨을 몰아쉬는 전력질주와 같고, 자신을 알고자 하는 노력은 깊게 들이마신 한숨과도 닮았다. 세상의 모든 '~보다' 경쟁 뒤에는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질문 하나가 가라앉아 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