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서대 레드닷 3년 연속 수상, 작은 따뜻함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

호서대 산업디자인학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3년 연속 수상을 계기로, 순자의 '적선성덕(積善成德)'을 통해 작은 배려와 꾸준함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을 이야기하는 동양 인문학 에세이.

디자인이 병원의 공포를 감싸안을 때

오늘 아침, 호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의 낯익은 수상 소식을 접했다. 2026년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Best of the Best’ 1개와 ‘Winner’ 3개를 수상하며 3년 연속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뤘다는 것이다. 2024년 ‘Best of the Best’, 2025년 ‘Winner’ 2작품에 이은 이번 성과는 대학의 한 학과가 일군 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간다.

그중에서도 올해의 대상작 ‘Hug Tail’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문득 생각이 멈췄다. 병원을 찾은 어린이를 위한 이 작품은, 차가운 의료 환경 속에서 어린 환자가 마음을 열 수 있도록 돕는 장난감 디자인이라고 한다. 화려한 기술이나 충격적인 비주얼이 아니라, 떨리는 마음을 살피는 작은 몸짓 같은 디자인. 나는 이 대목에서 한마디로 요약되지 않는 울림을 느꼈다.

3년 연속 수상이 말하는 것

사실 대학의 산업디자인학과가 세계적 권위의 공모전에서 한두 번 수상하는 경우는 꽤 있다. 그러나 3년 동안 끊임없이 정상에 가까운 성취를 이어갔다는 건 다른 이야기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한 사람의 천재성만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연속성이다.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는 단순히 예쁜 디자인을 뽑는 자리가 아니다. 사용자의 삶 속으로 파고드는 문제 인식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진정성 있는 접근, 그리고 그것을 완성해내는 장인적 실행력을 함께 본다. 3년 연속 수상은 이 학과가 표면적인 유행을 좇는 첫걸음에 그치지 않고, ‘무엇이 사람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가’라는 질문을 매년 묻고 답해왔다는 증거다.

어쩌면 이 지점에서 우리 시대가 놓치기 쉬운 가치 하나를 다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한순간의 혁신이나 폭발적 성과보다 더 깊은 무언가. 꾸준히 쌓아 올리는 따뜻한 시선과 섬세한 손길 같은 것 말이다.

여기에 ‘깊은 뿌리’가 있다

나는 이 기사를 보면서 이상하게도 고전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순자(荀子)는 「권학(勸學)」 편에서 이렇게 말한다.

積善成德, 而神明自得, 聖心備焉
적선성덕, 이신명자득, 성심비언

“선(善)을 쌓아 덕(德)을 이루면, 신명(神明)이 저절로 얻어지고 성인(聖人)의 마음이 갖추어진다.”

가만 보면 이 문장은 두 부분으로 나뉜다. ‘積善’과 ‘成德’이다. 선을 꾸준히 쌓아서 덕을 이룬다는 것. 순자는 성인도 하루아침에 성인이 되는 게 아니라, 작은 선한 행위들이 켜켜이 쌓여서 결국 성인의 마음에 이른다고 보았다.

작은 몸짓이 큰 울림이 되기까지

순자가 살던 전국시대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강한 군사력과 현란한 책략만이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이던 시대에, 순자는 느리고 꾸준한 배움의 힘을 설파했다. 그가 말한 ‘積(쌓을 적)’이라는 글자, 그리고 ‘善(착할 선)’이라는 글자에는 한 시절의 조바심을 꿰뚫는 냉철함이 담겨 있다.

‘積善’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농부가 매일 들에 나가 땅을 돌보듯,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듯, 아주 평범하지만 멈추지 않는 행위의 연속이다. 순자는 이렇게 말한다. 물방울이 돌을 뚫고, 쇠붙이를 자르는 톱은 꾸준한 반복 속에서 완성된다고.

호서대 산업디자인학과의 3년이 내게 그렇게 읽혔다. 첫해의 대상부터 시작해, 이듬해의 겹경사, 그리고 올해의 4관왕까지. 이 숫자들이 의미하는 것은 매년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매년 같은 질문을 더 깊게 물어보았다는 성실함일 것이다. 즉, ‘병원에 가는 아이의 무서움을 어떻게 덜어줄 것인가’, ‘버튼 하나에 담긴 사용자의 당혹감을 어떻게 배려할 것인가’와 같이 작고 구체적인 선(善)의 마음들을 결코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쌓아온 것. 이것이 바로 ‘積善成德’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가장 현실적이고도 숭고한 과정이다.

마음의 리듬, 행동의 켜

이제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이렇게 질문을 던져본다. 나는 지금 무엇을 쌓고 있는가.

하루의 끝에 우리가 느끼는 공허함은 종종 ‘積善’의 부재에서 오는 것일지 모른다. 큰 성공이나 빠른 성취를 좇느라 정작 내면에 작은 선의 자갈돌 하나 놓지 못한 날들이 쌓이면, 그것은 마치 속이 빈 탑과 같다. 그러나 순자는 우리가 쌓는 한 조각 한 조각의 선행과 배움이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듯하다. 그것이 결국 나라는 사람의 덕성과 그릇을 만든다고.

‘Hug Tail’이라는 작은 꼬리를 잡고 흔들며 웃을 어린 환자를 상상해보자. 디자이너들이 순간의 영감에 기대지 않고, 수차례의 관찰과 실패와 수정을 감내한 끝에 빚어낸 그 積善의 결과물은, 한 아이의 두려움을 포근히 덮어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잔잔한 마음의 움직임이 세상의 작은 공간을 바꾸는 순간이다.

오늘 하루, 우리는 무엇을 쌓을 것인가. 큰 말이 아니라, 작은 손길 하나로도 충분하다.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