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연결의 그물을 짜는 도시: 순자에게 배우는 협력의 미학

투자도 기술도 아닌, 관계가 뉴스가 된 날
2026년 6월 30일, ‘서울경제’를 둘러싼 소식은 묘한 공통점을 품고 있었다. 서울경제진흥원(SBA)이 LG전자와 중소기업 해외 판로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는 기사, 그리고 도쿄 마케팅 위크에서 국내 기업이 AI 솔루션을 선보였다는 소식까지. 한편 외국인의 8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코스피가 혼조세를 보였다는 시황도 눈에 띈다.
흔히 경제 뉴스라 하면 수익률이나 기술 혁신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인데, 오늘의 키워드는 ‘협력’과 ‘네트워크’였다. 기업과 기관이 손잡고, 국경을 넘어 접점을 만들려는 움직임 말이다. 나는 이 낯선 풍경에서 오래된 질문 하나를 꺼내들고 싶었다. 우리는 왜 이토록 분주하게 연결되려 하는 걸까.
경제 주체들이 애쓰는 ‘서로 엮임’의 본질
시장은 흔히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로 설명되지만, 실상 경제 주체들의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이는 손’, 즉 의도적인 관계 맺기가 훨씬 크게 작동한다. 서울경제진흥원이 LG전자의 해외 가전 구독 고객 접점과 자신들의 중소기업 발굴 역량을 연계하는 장면은, 단순한 비즈니스 제휴가 아니다. 홀로 설 수 없는 작은 몸집들이 더 큰 그물에 몸을 실어 바다로 나아가는 형국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오랜 본능이 숨어 있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이기에, 생존과 번영을 위해 무리를 짓고 이름을 나누며 관계를 구축해 왔다. 기업이라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내부는 결국 사람과 사람의 약속과 신뢰로 채워져 있다. 필자 생각에, 최근 몇 년간 공급망 위기 속에서도 기후테크 성장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서울의 움직임은, 불안정한 세계에서 ‘함께 버티기’를 선택한 도시의 몸짓으로 읽힌다. 이는 고립보다 연결이, 경쟁보다 공생이 더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이 아니겠는가.
순자가 일러준 ‘무리 지을 줄 아는 힘’
순자는 이렇게 말했다.
人能群, 彼不能群也 — 「荀子·王制」
사람은 무리를 지을 수 있지만, 짐승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순자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을 지혜나 도덕 이전에, ‘군(群)’이라는 협력 시스템에서 찾았다. 힘은 소보다 약하고 달리기는 말보다 느리지만, 사람은 서로 분업하고 도우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군(群)’은 단순히 여럿이 모여 사는 상태가 아니다.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예(禮)와 의(義)로 관계를 조율하며, 전체의 이익을 위해 부분이 제 기능을 다하는 조직화된 집단을 가리킨다. 마치 오늘 뉴스에서 서울경제진흥원은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LG전자는 해외 접점을 제공하며, 각 구청과 연구원들은 기술 기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장면과 닮았다. 각자 자리에서 저마다의 몫을 감당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드는 것, 그것이 순자가 본 인간 사회의 근본 역량이다.
회사도, 도시도 ‘나’ 아닌 ‘우리’로 숨 쉰다
순자의 이 가르침은 오늘날 경제 뉴스를 읽는 눈을 한 뼘 넓혀 준다. 우리는 흔히 경제 성장의 동력을 기술 혁신이나 자본에서 찾지만, 순자의 시선으로 보면 ‘제대로 무리 지을 줄 아는 능력’ 자체가 가장 큰 자산일 수 있다. 강의실에서 학생들과 기업 사례를 이야기할 때면, 나는 종종 “실패한 스타트업의 90%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람 사이의 약속이 깨져서 무너진다”는 말을 꺼내곤 한다.
투자자가 떠나고 이익이 줄어드는 외부 충격보다, 내부의 신뢰와 규범이 흔들리는 것이 더 치명적이라는 뜻이다.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 경제가 여전히 역동적인 이유도, 어쩌면 이토록 촘촘하게 설계된 네트워크 덕분은 아닐까 싶다. 다만, 진짜 무리는 단지 이익을 나누는 계산적 모임이 아니라, 함께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 때 비로소 ‘군(群)’이 된다. 오늘 우리의 협력이 과연 어떤 가치를 향하고 있는지, 가만히 물어볼 일이다.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지만, 함께라면 우리는 소보다 강해질 수도 있다. 오늘 서울 경제의 얼굴은 그 낡은 진실을 다시 한 번 곱씹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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