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과이 대 스페인, 승부 너머 ‘스스로를 이기는 경기’에 대하여

2026 월드컵 우루과이 대 스페인 경기의 치열한 순간을 통해 경쟁의 본질을 묻고, 노자의 ‘자승자강(自勝者强)’을 빌려 승부 너머 스스로를 다스리는 힘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양 인문학 칼럼.

멕시코 밤을 달군 경기, 사진 속 순간에서 멈춰 보기

2026년 6월 27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FIFA 월드컵 H조 경기에서 우루과이와 스페인이 맞붙었습니다. 발베르데가 공중볼을 따내며 헤딩하는 모습, 야말과 산브리아가 팽팽하게 몸을 밀착하며 기회를 다투는 장면들. 겉보기에는 축구 경기의 한순간이지만, 이 안에는 승리와 패배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 풀 수 없는 인간 본연의 빛나는 몸짓이 담겨 있습니다. 극한의 긴장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 하나하나가 ‘함께하며 겨룬다(競)’는 스포츠의 오래된 미학을 보여주는 듯하여 시선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이기고자 하는 마음, 경기장을 수놓는 수천 년 된 이야기

경기장 위 스물두 명의 선수는 이기기 위해 움직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존중받기를 바라고, 팀 동료와 감정을 나누며,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플레이를 남기고자 합니다. 공자는 일찍이 말했습니다. “군자는 다툼이 없으되, 반드시 활쏘기에서 겨룬다면(君子無所爭, 必也射乎).” 활쏘기는 단순히 과녁을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예(禮)를 갖추어 서로 주고받는 마음의 교류였습니다. 오늘날 발베르데와 야말의 몸싸움도 마찬가지입니다. 거기에는 상대를 짓밟기 위한 폭력이 아니라, 규칙이라는 틀 안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는 서로에 대한 묵계가 흐릅니다. 경쟁이 폭주할 때 인간은 추해지지만, 형식과 절차를 지키는 경쟁은 오히려 서로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된다는 것을, 그라운드의 움직임은 말없이 보여줍니다.

“남을 이기는 것은 힘이요, 나를 이기는 것은 강함이다”

도가의 사유는 늘 시선을 바깥에서 안으로 돌립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이렇게 갈파했습니다. “勝人者有力, 自勝者强(다른 사람을 이기는 것은 힘이 있기 때문이요, 자신을 이기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 경기에서 상대를 제압하는 데에는 탁월한 체력과 전술, 그리고 재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노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깊은 강함을 말합니다. 바로 한순간 이성을 잃을 수 있는 흥분, 결과에 집착하는 두려움, 지나친 자신감 같은 마음속 파도를 스스로 가라앉히는 태도입니다.

나를 가로막는 손은 사실 내 안에서 자란다

『도덕경』 33장의 이 구절은 본래 ‘知人者智, 自知者明(남을 아는 것은 지혜이나, 자신을 아는 것이 밝음이다)’라는 말에 이어집니다. 요컨대 승부 이전에 스스로를 직시하는 일이 더 근본적인 과제라는 뜻입니다. 이를테면, 직장에서 승진을 두고 벌이는 경쟁을 생각해 보면 좋습니다. 남을 제치고 올라서는 데에만 골몰할 때, 우리는 자신이 무엇을 진정 원하는지, 내가 견뎌낼 수 있는 부담은 어디까지인지를 잃어버리기 십상입니다. 강의실에서 만난 학생들이 “남보다 나아지려고 달렸더니 막상 시험이 끝나도 허전해요”라고 털어놓을 때면, 나는 이 노자의 문장을 함께 읽습니다. 스스로를 이기는 강함(自勝)이란 결국 나의 불안을 직시하고, 조바심에 휩쓸리지 않으며, 지금 여기에서 가장 나다운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집중력에 가깝습니다. 우루과이와 스페인 선수들 역시, 저 찰나의 슬라이딩 태클과 짧은 패스 속에서 ‘상대를 속이는 기술’보다 ‘자신의 호흡을 지키는 마음’을 더 크게 벼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경기장을 떠나며 곱씹을 질문 하나

오늘의 승부를 지켜보며 우리는 결국 제각자의 ‘보이지 않는 경기장’을 떠올리게 됩니다. 거기서는 누가 나를 힘껏 막아서고 있습니까. 그리고 그 손은, 어쩌면 내 안에서 자라난 것은 아닐까요.

댓글

가장 많이 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