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캐피탈 품고 사회적 가치 말하다 - 확장과 포용의 경계에서

플랫폼이 라이선스를 사들일 때
2026년 6월 26일, 카카오뱅크가 마스턴캐피탈 지분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금융가를 뒤흔들었다. 인수가 241억 원, 단순한 금액 이상의 의미는 바로 ‘라이선스’ 확보다. 자동차 할부금융, 리스·렌탈, 기업금융까지—비은행 여신 포트폴리오로 영토를 넓히는 이 행보를 두고, 사람들은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의 도약’, 혹은 ‘밸류업의 마지막 단추’라 부른다. 같은 날 발간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카카오뱅크가 기술 혁신으로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1조 3,774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금융 소외 계층을 향한 ‘기술의 온기’를 강조한 이 보고서는 묘한 울림을 준다. 한 손으로는 비즈니스의 변방을 제국처럼 확장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소외된 이들을 향한 온기를 이야기하는 모습. 나는 이 장면이 낯설게 다가왔다.
넓히는 마음, 좁아질 수 있는 시선
기업의 확장 욕구는 자연스럽고, 또 필요하다. 카카오뱅크가 캐피탈사를 인수해 여신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것은 플랫폼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합리적 전략이다. 문제는 그 ‘합리’가 때로 ‘관계’를 도구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이다. 신용평가 모델이 고도화되고, 데이터가 쌓일수록 사람은 점수로 환원된다. 자동차 금융을 이용하는 고객은 신용등급과 상환 능력으로 분류되고, ‘금융 사각지대’라는 말은 우리가 누군가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각도에 따라 사각(死角)을 만들어낸다는 역설을 담고 있다.
유가의 공자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확장할수록 더 살펴야 할 것이 ‘서(恕)’, 즉 진심으로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태도라고. 『논어』에서 자공이 “한마디 말로 평생 실천할 만한 것이 있습니까” 하고 묻자, 공자는 “그것은 서(恕)다. 자기가 바라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라”라고 답했다. 내게 바라지 않는 불안과 소외를 상대방에게도 넘기지 않는 것. 이 잣대로 보면, 첨단 금융 기술이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인간 관계의 온기를 지워내고 있지는 않은지 질문하게 된다. 카카오뱅크의 캐피탈 인수라는 뉴스는 단순한 M&A 기사가 아니라, 바로 이 지점에서 인문학적 성찰을 우리에게 건넨다.
큰 그릇은 끊어내지 못한다는 말
장자(莊子) 「소요유」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무릇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 사이에는 정해진 경계가 없다[夫有用之用 無用之用 皆在我矣].” 사실 이 문맥을 조금 정확히 하자면, 내가 지금 인용하고 싶은 장자의 가장 강력한 통찰은 따로 있다. 장자는 누군가 큰 나무가 쓸모없다고 하자, 크게 웃으며 말한다. “큰 나무가 쓸모 없기에 천 년을 살고, 쓸모 있는 과실나무는 해마다 도끼질을 당한다(人知有用之用 而莫知無用之用也).” 사람들은 유용함의 논리만 알 뿐, 무용함의 쓸모를 알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카카오뱅크가 기술을 통해 ‘금융 소외 계층’을 포용하려 한다. 그 진정성에 나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포용의 방식이 어쩌면 너무 ‘유용함’의 프레임에 갇혀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사회적 가치 1조 3,774억 원, 이 웅장한 숫자는 누군가에게 포용의 증거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돈으로 환산할 수 있는 가치’만을 가치라고 여기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한다. 장자의 눈으로 보자면, 진정한 포용은 ‘쓸모 있음’이라는 영토 안으로 끌어들이는 것만이 아니라, ‘쓸모 없음’—쉽게 수치화할 수 없는 존엄, 배려, 느림의 미학—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데 있다. 금융 플랫폼이 더 많은 라이선스를 사들여 영토를 넓힐수록, 오히려 끊어내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이 ‘무용지용’의 철학이 아닐까.
꽃과 열매를 함께 보는 지혜
불교 경전 『법구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꽃을 즐겨 따는 사람에게 악마가 덮쳐오듯, 집착에 묶인 사람을 죽음이 휩쓸어 간다(猶如採華 貪欲所牽 死魔乃至 如牛引犢).” 사실 이 비유를 현대 기업 경영에 직역하면 다소 극단적이겠지만, 내가 이 구절을 떠올린 이유는 ‘열매(성과)’에만 집중하는 마음의 위험성을 말하고 싶어서다. 카카오뱅크가 캐피탈 인수라는 화려한 열매를 향해 달려가고, 사회적 가치라는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동안,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소외될 수밖에 없는 누군가의 작은 신용, 작은 이자 부담, 작은 불안까지 우리가 진정 마주하고 있는가.
법구경의 ‘채화(採華)’는 꽃을 따는 일이 곧 집착이자 위험인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놀라운 기술로 신용평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더 많은 사람에게 금융 혜택을 줄 수 있다. 그런데 그 ‘확장’이라는 꽃을 딸 때,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 상황은 온전히 존중되는 걸까.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자주 느끼는 것은, 점수로 환원되지 않는 배움의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값지다는 점이다. 금융 플랫폼 역시 점수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 인간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어야, 그 확장이 진정한 포용으로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연결 이후의 풍경을 상상하며
카카오뱅크는 이제 단순한 인터넷 은행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려 한다. 비대면 혁신의 노하우에 캐피탈 라이선스가 더해지면, 닿는 곳은 분명 더 넓어진다. 나는 그 속도감을 긍정하면서도, 동시에 ‘연결된 이후’에 어떤 섬세함이 필요한지 묻고 싶다. 기술의 온기라는 말이 숫자와 보도자료를 넘어, 실제 누군가의 빚 걱정을 덜어주는 한마디로 살아날 때, 비로소 사회적 가치는 자기 자신을 증명할 것이다. 오늘의 뉴스는 단순한 인수합병 소식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당신은 넓히면서도, 진심으로 안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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