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마트 거울이 비추는 것, 통제 욕망과 장자의 쓸모없는 나무

거울 앞에 선 AI, 예방이라는 이름의 시선
2026년 6월 21일, 오늘 아침 뉴스는 ‘론제비티 미러(Longevity Mirror)’라는 AI 스마트 거울을 조명하고 있었다. 사용자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일상적인 순간만으로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예측해 준다는 것이다. 병이 나기 전에 미리 알고 대비하는 ‘예방 의학’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고들 말한다. 거의 같은 시각, SKT와 KT는 ‘K-뉴딜 아카데미’를 통해 AI 전환(AX) 시대를 이끌 인재를 키워내겠다고 발표했다. 경남에서는 피지컬 AI 스마트 제조 공장을 찾은 지사의 발걸음이 뉴스가 되었다.
한낱 물건일 뿐이던 거울이 이제는 나를 감시하고, 나를 예측하며, 나에게 건강한 미래를 제안한다. 나는 이 풍경을 보며 문득 혼란스러워졌다. 우리가 이토록 알고 싶어 하고 통제하고 싶어 하는 ‘내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예측할수록 작아지는 삶의 심리학
AI 스마트 기술의 진화를 관통하는 큰 물줄기는 하나의 약속이다. ‘덜 아프게, 덜 불안하게, 더 오래 살게 해 주겠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측과 예방의 기술이 촘촘해질수록 우리 마음속 불안의 그림자는 더 짙고 길게 드리워지는 듯하다. 거울이 내일의 병을 말해 줄수록, 오늘 내 마음은 병들지 않을까 걱정에 더 바빠진다.
여기에 동양 인문학이 던지는 오래된 질문이 있다. 우리는 삶을 ‘관리할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마치 수확량을 늘리려는 농부처럼, 효율과 예방이라는 잣대로 매 순간을 재단하며 낭비를 제거하려 애쓰는 것은 아닌지. AI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더 젊고 건강하게 보존해야 할 하나의 자산으로 읽힌다. 이 지점에서 나는, 문명의 축을 조금 틀어 ‘있는 그대로의 쓸모없음’을 사랑했던 장자의 숲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싶다.
장자가 껴안은 쓸모없음이라는 안식
「장자(莊子)·인간세(人間世)」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석공이 제자와 함께 제나라로 가던 길, 마을 수호신으로 받들어지는 거대한 상수리나무를 보게 된다. 제자는 넋을 잃고 바라보지만, 장인이 되는 석공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친다. 배가 고플 때 열매 하나 건지지 못할 쓸모없는 나무일 뿐이라는 이유였다. 그날 밤, 나무가 석공의 꿈에 나타나 이렇게 말한다. “너는 네 기준으로 나를 쓸모없다 하나, 내가 오히려 쓸모없었기에 이토록 오래 살아 신목(神木)이 되지 않았느냐.”
쓸모(用)에 대한 집착을 거둘 때, 오히려 큰 삶을 얻을 수 있다는 통찰이다. AI 스마트 거울은 오늘 내 몸을 몇 개의 데이터 지표로 바꾸어 ‘쓸모 있게’ 만든다. 관리할 수 있어야 가치 있고, 예측 가능해야 안심하는 삶이다. 그러나 혹시 우리 몸과 마음에도 쓸모없음이 빚어내는 깊은 숨결이 필요하지는 않을까. 잠시 비효율을 견디고, 모르는 채로 머무는 여유가 있어야만 인간은 비로소 자유로워지지 않을까. 필자 생각에, 장자가 말한 쓸모없음은 결코 무능이나 방치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성과와 지표로 환원하려는 세계에 대한 조용한 저항이자, 삶의 신비를 신비 그대로 남겨두려는 지혜이다.
바쁜 닦달 대신 느슨한 돌봄의 길
「도덕경(道德經)」 제64장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爲者敗之 執者失之(위자패지 집자실지)”, 억지로 하려는 자는 도리어 망치고, 움켜쥐려는 자는 도리어 잃는다는 뜻이다. 원래 이 구절은 세상의 이치와 흐름을 거스르지 말라는 가르침 속에 자리한다. 노자가 보기에 다스림의 지혜는 시작을 잘 다스리되 끝까지 욕심을 내지 않는 데 있었다. 나무를 억지로 잡아당겨 자라게 할 수 없듯, 삶을 온전히 통제하고 쥐려는 시도는 불안과 실패를 낳기 마련이다.
AI가 내일의 병을 알려 주는 시대에 이 가르침은 무척이나 급진적으로 읽힌다. 데이터를 손에 쥘수록 우리는 더 꽉 쥐려 하고, 그 통제의 감각을 놓지 못해 전전긍긍한다. 노자가 말하는 무위(無爲)는 그 쥠을 천천히 펴는 일이다. 내 몸과 마음을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닦달하지 않고, 때로는 모르는 영역을 부드럽게 품으며 살아내는 태도를 나는 ‘느슨한 돌봄’이라 이름 붙이고 싶다. 거울 앞에서 내 건강 수치를 확인한 뒤, 깊게 한숨 들이쉬며 자연의 시간에 몸을 맡겨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 않을까.
AI 스마트는 분명 유용한 도구다. 다만 그 도구를 손에 쥐고도 잃지 말아야 할 것은, 예측할 수 없는 내일조차 껴안으려는 삶의 너그러움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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