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지배구조 개편설, 논어의 '군자무본'으로 읽는 하루

아침부터 6% 빠진 카카오, '개편'이라는 낱말의 온도
2026년 8월 21일 아침, 카카오는 장 초반 6% 넘게 밀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 54분 기준 카카오는 전일 대비 2,400원(6.20%) 내린 3만 6,300원에 거래됐다. 지배구조 개편과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이 거론된 영향이다.
같은 날 임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이 열렸지만 구체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 사업 분할을 비롯한 개편 가능성이 언급되면서 노동조합은 26일 단체행동을 검토한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디지털포스트는 지주사 전환과 카카오톡 분사를 포함한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나는 이 뉴스를 보면서 주가 하락보다 ‘나눈다’는 말이 조직과 일상에 던지는 질문이 더 크게 다가왔다. 회사를 쪼갠다는 것이 어쩌면 우리의 뿌리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와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을 나눈다는 것, 그 이면의 '정리하고 싶은 마음'
지주회사 전환이나 사업 분할은 흔히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각 사업의 가치를 또렷이 보여 주려는 시도로 설명된다. 흩어져 보이던 것을 가지런히 정리해 시장과 투자자에게 더 명확한 그림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그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런데 나는 이 장면에서 ‘분할’이 가진 오래된 욕망을 본다. 어지러운 것을 정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분명하게 구분하고 싶은 마음 말이다. 우리는 흔히 어떤 문제가 생기면 큰 덩어리를 잘게 나누면 해결될 것이라고 믿곤 한다. 업무도, 조직도, 관계도 말이다.
동양 고전은 세상을 나누고 이름 붙이는 일이 이해의 시작이라고 말하면서도, 그 구분이 실재를 대신한다고 믿는 순간 뿌리를 놓친다고 본다. 유가가 말하는 예(禮)도 사람을 가르는 칸막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한 자리에서 살아가기 위한 결이다. 기업의 분할도 결국 그 결을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핵심 아닐까.
"본이 서야 길이 열린다"는 낡은 상식
君子務本,本立而道生。
군자무본, 본립이도생.
군자는 근본에 힘쓰니, 근본이 서면 길이 열린다.
이 말은 『논어』 학이편에 나온다. 공자의 제자 유자(有子)가 한 말로, 원래 맥락은 인(仁)의 실천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형제를 향한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뜻이다. 효(孝)와 제(悌)라는 가장 가까운 관계의 마음이 서야 비로소 사람다운 길이 열린다고 보았다.
여기서 말하는 본(本)은 단지 ‘핵심 사업’이나 ‘주력 부서’를 가리키지 않는다. 나무의 뿌리처럼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마음의 출발점이다. 오늘 카카오 사태를 이 문장에 비추어 보면, 지주회사 전환의 성패는 법인 구조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는 뜻이 된다.
조직의 뿌리는 서류가 아니라 '왜'에 있다
무(務)는 힘쓸 무, 본(本)은 나무 밑둥을 가리키는 근본 본이다. 곧 ‘근본에 힘쓴다’는 것은 덧가지를 열심히 흔드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가 서 있는 이유를 단단히 하는 일이다.
이를 직장의 일상에 비유해 보자. 회의에서 “이 일을 왜 하죠?”라고 물었을 때 목표 수치만 돌아온다면 그 일은 아직 뿌리가 없는 일이다. 반대로 “그 사람의 불편이 줄어들도록” 같은 관계의 이유가 있으면 일은 중심을 잡는다. 조직도 같다. 매출과 기술은 자라나는 가지이고, ‘우리가 어떤 신뢰를 지키려고 이 일을 하는가’가 뿌리다.
카카오에게 카카오톡이 단지 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이라면 분사는 재무적 판단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과 관계가 그 안에 오래 쌓여 온 신뢰의 기반이라면, 그것을 떼어 내는 일은 신뢰의 뿌리를 옮기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AI 사업 분리도 마찬가지다. 기술이 어디에서 배우고 누구를 위해 판단하는지에 대한 기준이 법인 분리 이후에도 유지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오늘 6.20% 하락은 불확실성의 가격이기도 하지만, 필자 생각에는 ‘카카오의 본(本)이 어디에 있느냐’를 묻기 시작한 신호로도 읽힌다.
흔들림은 나쁜 일만은 아니다. 나무가 흔들릴 때에야 뿌리가 어디에 박혀 있는지가 드러난다. 카카오와 그 구성원들도, 우리도.
댓글
댓글 쓰기